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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 : 02-11-03 11:04
누가 저 병든 개를 버렸는가?
 글쓴이 : 김인자
조회 : 5,864  
누가 저 병든 개를 버렸는가?



늘 가는 곳으로 오늘도 산책을 나갔다. 가을은 도처에서 아쉬운 듯 손을 흔들고 가볍게 산으로 오르다가 다시 내려와 나무 그늘 아래 차를 세우고 있을 때였다.
언제부터 그 곳에 있었는지, 작고 못생긴 얼룩무늬 강아지 한 마리가 숲 주위를 계속 맴돌고 있었다. 처음엔 누군가 산책길에 데리고 나온 개 일거라는 생각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. 그러나 그가 버려진 개라는 것을 안 것은 몇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있는 것을 본 뒤였다.
녀석은 저를 부르는 소리는 알아듣는지 부를 때마다 가까운 곳까지 다가오다가 손을 내밀면 저만큼 달아나는 것을 반복했다. 가까이서 보니 털이 많이 빠져있었고 먹지 못해서인지 영양실조에다 깊이 병들어있는 듯 보였다. 그곳은 한 참 내려가야 민가가 있는 곳이니 누군가 그 숲에 병든 개를 버리고 달아났으리라.
그제야 나는 조금 전까지 혼자 먹어치운 간식을 후회하기 시작했다.
날은 어두워지는데 시간에 쫓겨 숲을 돌아 나오려하니 어리고 병든 강아지 혼자 그 숲에 두고 온다는 것이 여간 내 맘을 무겁게 하지 않았다. 두 눈 딱 감고 시동을 걸고 내려오다가 다시 차를 되돌렸다. 녀석을 잡을 수만 있다면 데리고 와 마을 가까운 곳에만 풀어놓아도 굶어죽지는 않을 것 같아서였다.
그러나 다시 되돌아가 녀석을 부르니 조금씩 다가오기는 했지만 끝내 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는 오지 않았고 손을 내밀면 자꾸만 숲으로 뒷걸음질치며 겁에 질린 듯 나를, 아니 인간을 피하고 경계하려고만 했다.
나는 끝내 녀석을 잡는 일에 실패하고 말았고 누군지 모를 사람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.

예쁘고 건강할 때만 사랑 받을 수 있는가?
한 세상 꽃피워보지도 못한 어린 그를 못생기면 버려야 하는가?
병들면 저 깊은 숲에 가족도 없이 홀로 굶주림과 외로움으로 처참한 생을 마감해야하는가?
한 때는 녀석도 세상 모두가 사랑이 넘치는 줄 알았을 것이다. 그러나 깊은 가을 끝자리에서 그는 홀로 숲에서 길을 찾고 있다. 제 어미와 다름없는 주인을 찾고 있다. 숲 어느 곳에 그의 굶주림을 채울 밥이 있으며 따뜻한 잠자리 돌봐줄 가족이 있겠는가.
그는 버려졌고 누구도 그 상처를 회복시켜줄 수 없으리만치 병든 몸을 이끌고 간신히 그곳까지 흘러왔을 것이다.
어쩌면 그를 버린 건 그 녀석을 최초로 얻은 그 사람만은 아닐지도 모른다. 진정으로 그를 버린 건 세상일 터이고 그 세상에 발뻗고 사는 인간들일 터이고 그 인간에 기대 사는 나일지도 모른다. 아니 나 일 것이다.

가을이 깊어 가는데 나는 또 그렇게 죄를 보태고 있는 것이다.